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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8] 새의 선물

새의 선물

[MyMemories/Book]
항상 책에 굶주려있던 내게, 옥토버페스트때 놀러온 혜정이가 선물로 주고 간 책 =)
이런 기회가 아니었으면 안읽어보았을 법한 책이기에... 더욱 기뻤다. 여운이 굉장히 많이 남는 책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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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물 받지 않았으면 안읽어보았을 법하냐.. 하면.. 내가 이런 스타일의 소설을 싫어해서는 결코 아니고.. 너무 진중하고 많은 것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읽는다면 계속 여운도 남고 생각이 맴돌만한 소설은.. 그래서 지레 겁을 먹고 피하곤 한다. 조금은 가벼운,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추리소설, 환타지, 오래된 과거, 기왕이면 딴나라를 배경으로 한 그런 소설을 즐겨읽는다.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현실도피를 즐길 수 있는.

화려한 타이틀 답게, 굉장히 독특하고 인상 깊은 책이었다. 12살에 이미 삶을 알아버려서, 더이상 자랄 필요가 없다고 선언한 조숙한 소녀의 눈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웬만한 어른보다도 훨씬 더 냉소적이다. 신기하게도 어린이의 눈으로 보는 어른이 쓴 소설이 아니라.. 소설속의 화자가 스스로를 묘사하는대로, 삶에 닳고 닳아 애착보다는 삶에 달관한 그런 '아이'의 눈으로 보고 있다. 작가의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더라.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라면, 이 작가도 어지간히 센티한 소녀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6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약간의 시대상황과 함께 당시의 전형적인, 때로는 현재에도 전형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화자가 소녀이고, 주로 부대끼는 사람들도 할머니, 이모, 동네 아줌마들이다보니.. 그려지는 모습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이모 빼고는 소설 내내 그다지 성향이 변하지 않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따라 한명한명에게 시선이 옮겨진다. 그러면서 소녀는, 자신과 그리고 남들을 통해, 삶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관찰한다. 소녀의 객관적이고 순수한(?)눈에 의해 그려지기에 인간의 모습은 참으로 구질구질하고 역겹고 따뜻하고 애처롭다. 때때로 그려지는 '한', 특히나 여자의 인생으로써의 '한'은 이즈음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 소설의 한계를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눈물을 자아내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긴 하나, 나는 이 '한'을 다루는 소설이 싫다. 그냥 개인적인 감정으로써... 뭐랄까. 부끄럽다. 체념과 받아들임. 그것은 삶에 대한 굴복이기에. 그게 한국인의 대표정서인양 그려지는게 싫다. 일본 만화나 소설을 볼때마다 나오는 '나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고민이나 '나는 혼자가 아니야'같은 테마만큼이나 지긋지긋하다. 반면, 그런 테마임에도 불구하고 수채화처럼 가볍게 담담히 맥없이 그려내기에.. 그나마 훨씬 나았다.

세대차이로 인해 감정이입이 안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염소...의 실루엣이 그려지지도 않고 T.T 메인 배경인 우물가도 그려지지 않는다. 거기에 복닥거리는 사람들은 더더욱.. 부옇게 먼지를 날리며 사라지는 버스를 바라보고만 서 있는 아줌마를 그리는 장면은 참으로 멋있었는데.. 그 바로 뒤에 나오는 '뒤웅박 같이 걸어가는 모습'은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더라. 뒤웅박이 뭐지? --a

현재와 12살의 과거는 아폴로11호와 무궁화 위성, 당시에 보던 쥐의 꼬리와 현재의 쥐 꼬리 등으로 연결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화자는 사랑에 냉소적이고 삶에 냉소적이나.. 그 이면에는 냉소적이지 않으면 삶에 휘둘릴까 두려워하는, 작디 작은 소녀가 서 있는 느낌이다. 화자가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소설이라 이름붙이기에는 부적합하다. 이런 글을 쓰려면 본인의 경험이 녹아들어가 있지 않으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은희경이라는 작가는 이 소설이후에도 유명한 소설을 많이 쓴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번 찾아읽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면... 이 '새의 선물'이라는 소설이 작가의 한부분이 녹아들어가있는 '진짜 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왠지 다른 소설들은 이 글만큼은 안될 것 같아. (나 심보가 넘 고약한가 -_-;; ) 공지영씨도.. 글이 갈수록 진부해진다는 생각이 매번 드는데... 작가로써 흥행에 무관하게 '진짜 글'을 일생동안 많이 쓰는 것은.. 불가능 할 것만 같다. 글 하나에 인생 한조각씩이 녹아있어야 진짜 글 같을텐데... 인생을 여러번 살 수는 없는거니까.

아무튼 굉장히 인상적이고 여운이 많이 남는 소설이었다. 강추함 =)
혜정, 땡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