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16'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8/16] Carpe Diem

Carpe Diem

[Diary]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http://en.wikipedia.org/wiki/Carpe_diem
까르페 디엠은 호레이스의 시에서 나온 구절로 carpe의 사전적 의미는 "pick, pluck, pluck off, gather" as in plucking or picking a rose or apple 이나 호레이스는 문맥상에서 enjoy, make use of, seize 의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몇가지 타이핑할 것이 있어서 서브랩탑으로 타이핑하면서, 랩탑으로 죽은시인의 사회를 틀어놨다.
영화에서 Carpe Diem은 Seize the day 로 번역된다. 이게 한글로 번역되면서 '현재를 즐겨라'정도로 가벼워 지는게 싫다. 오히려, 회합을 열때 말하는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는 것이 더 가깝지 않을까. suck out all the marrow of life. 오늘, 현재, 이순간을 끌어안고 몰두하는 것.

까르페디엠의 의미가 와전되면서 종종 뭐든 니가 원하는 걸 하세요 라는 의미로 쓰이는 것도 맘에 안든다. 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했었지만, 좀 더 큰 그림의 의미가 없는, 그냥 마음이 끌리는 대로만 하면서 사는 건, 행복 중에서도 일회성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행복한 이기주의자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는 건 값진 일이지만, 그게 평생을 걸쳐 혹은 반평생이나 삼분의 일평생 정도일지라도 장기간에 걸쳐 어려움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진정 원하는 일이어야 값진 일인거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르헨티나에 가고 싶었어요! 하면서 별 의미 없이 가는건 까르페디엠도 뭐도 아니다. how i met your mother에서 테드와 헤어지고 아르헨티나에 여행 다녀온 로빈이, 예전의 로빈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려 발버둥치지만, 현실에서 아르헨티나에서의 생활과 똑같은 생활을 유지해나갈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정말 로빈이 배워왔어야 하는건/배워오고 싶었던 건 히피적인 생활방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사고방식이 아니었을까) 까르페디엠을 위시한 즉흥적인 행동은 그저 기분전환일 뿐 까르페디엠도 뭐도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 미스터 키팅의 까르페디엠은, 삶을 하루하루 사랑하고, 그런 하루하루를 의미없는 일에 쓰지 않기를 종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생각 없이 선생이나 부모들이 시키는 대로 끌려가지 말고, 그 하루를 자신에게 값어치 있는 일을 위해서 쓰기를, 그 하루를 자신의 손으로 그러모으기를 바라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내게는 여전히, 매일매일 짜여진 초등학생같은 엄격한 시간표 (8시에 방청소하기, 12시에 잠자기 등)를 지켜나가는 것이, 까르페디엠과 공존하여 내 인생을 값지게 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을 즐기는 것은 결코 즉흥적인 행동, 구애받지 않음과 동격이 아니다. 나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알고 있고, 그 길에 깔린 '오늘'이라는 이름의 하나하나의 징검다리들을 춤추며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매번 내가 적합한 징검다리를 밟을 때, 힘차게 디디고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하루를 마감하며 나는 까르페 디엠을, 그 성취감과 내가 "살고 있다"("살아 있다"가 아닌)는 짙은 향기를 느낀다.





사족) 죽은 시인의 사회의 결말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최근에 여기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주위에 있길래 ^^) 닐이 죽은게 '바람직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당연히 아닌거고.. 만약 작가의 의도가 있다면 그저 경각심을 일깨운다 정도일 것 같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그 정도의 시련에도 크게 겁먹고 좌절할 수 있으니까. (특히나 닐이 처음으로 진정 하고 싶은 일이라 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한편으로는, 아주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생애 처음으로 가슴 뛰는 일을 찾은 젊은이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는 것은 물론이요, 자신의 성취에 대해 일말의 칭찬도 기대할 수 없고 거기다 사관학교로 전학까지 보내져서 십년이나 지나야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현실에 부딪히게 되면. 더 이상 사는게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버리는게 크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만큼 격정적인 정열을 가질 나이가 아닌가. (베르테르는 겨우 여자때문에 엄청 고민하다가 자살하는데.. 그것도 뭐 대단히 뭘 해본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 찌질대다가.. 그에 비하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자살하는 건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