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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5]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

[MyMemories/Book]

한국에서 받아서 심심할때 오며가며 지하철에서 읽었다. 소설책이라기엔 뭐하고 에세이라 할 수도 없고, 굉장히 애매한 장르와 특이한 설정, 난생 처음 들어본 편지 대필가라는 부업이 흥미를 자아냈댈까.. (물론 글을 모르는 사람을 위한 대필가는 들어봤지만.. 잘 표현을 못해서 대필을 해달라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의뢰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 보내는 사람과 받을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 뒤, 그게 가장 잘 드러나게 & 의뢰자의 효과를 최대화시키게-_- 요령껏 편지를 작성하는게 작가의 부업이었다.
몇가지 에피소드를 묶어 놓은 것인데..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도 있었고, 일상에 흔하디 흔한 상황도 있었고, 신파극 만들려고 일부러 지어낸거 아냐?싶게 눈시울 적시는 이야기도 있었다. 전반적으로는 일본인의 감수성이 묻어나오는 책이었다. 이렇게 편지를 쓰는 사람도 있나 싶은 말투라던지, 벚꽃같은 소재들,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가출해서 일년가까이 떠도는 여자.(거기다 무려 남자를 스토킹 하고 있다? -_-)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꾸 자기를 낮추는 표현을 쓰는 것들을 보면 거북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본연의 의무-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심정, 말로는 할 수 없는 종류의 마음을 전하는 것-를 잘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때 단짝 중에 우진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2학년때 같은반을 하면서 서로 쪽지를 주고 받는 걸 시작으로, 매일매일 편지를 주고 받았다. 오늘 내가 학교에서 우진이에게 주면 우진인 내일 내게 주고 그럼 모레 또 내가 주고 하는 식으로... 그렇게 5학년때까지 매일 편지를 썼다. 2학년때 이후론 다른 반이었기 때문에 매일 편지를 주러 서로의 반으로 오가야 했는데 내가 뒷문에 가서 있으면 애들이 알아서 우진이를 불러줄 정도.. 팬시점에 들러서 이쁜 편지지를 사는 것도 낙이었고, 매일매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는 것도 재미있었다. 사실 난 그전까진 그다지 '편지쓰는 사람'의 타입이 아니었고, 이 편지왕래도 우진이가 시작한 거였지만.. 매일매일 그렇게 하루를 되돌아보고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는게 참 가치있는 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우진이에게 감사 ^^
그때 주고 받은 편지들은 엄마가 다 파일에 정리를 해놓으셔서 클리어 파일 속에 곱게 들어가있다. 가끔 넘기다보면, 2학년때 쓴 편지들은 정말 유치하고 별 얘기가 없는 반면 ㅋㅋ 편지들이 늘어남에 따라 우리도 커져서 고학년때에는 나름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진지한 구석이 보이는 것이 귀엽다.
멋들어진 글이 아닐지라도, 글을 쓴다는 것은 값진 일인 것 같다. 일기, 편지, 자신에게 쓰는 글... 머릿속에 있던 생각이 어떤 형태로 내뱉아 짐에 따라 그게 힘을 가지고, 나는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때로는 어떠한 말보다 강하게 가슴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요즘 직접 손으로 쓰는 거라곤 크리스마스 카드, 여행지에 가게 되면 엄마와 현제에게 쓰는 엽서가 전부이고, 대부분의 서신은 이메일이 대신하지만.. 그래도 가끔 손으로 쓴 엽서나 카드를 받게 되면, 나를 가치있게(손으로 직접 뭔가를 쓰는게 얼마나 귀찮냔 말이다.. 그런데도 해주는건 날 가치있게 여겨준다는거다 ^^)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전주에서 엽서 안보낸 현제는 미움. <--- 이게 결론인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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