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Untergang

[MyMemories/Movie]

반더탁은 재미있었다. 얘네들 체력따라가기 힘들었지만;; (아니 나이드신 테크니션들도 왜그리 체력이 좋으신 겁니까들...) 바베큐도, 하이킹도 즐거웠고 밤에 영화보고 수다떨고 술마신것도 ㅎㅎ 운터강이라는 (영어로 downfall) 굉장히 유명한 영화를 보았다. 2004년인가 5년인가 아무튼 나온지 꽤 오래된 독일영화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말미의 독일(베를린).. 나와 다니엘을 위해 ^^ 영어자막으로 틀어놓고 봤음.. 산장에서 으슥한 밤에 전쟁영화를 보는 묘미가 독특했다.
아무튼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실 나는 나치즘과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 정말 모른다;; 동생이 전쟁사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있던 '히틀러는 왜 세계정복에 실패했는가'라는 책을 읽어서.. 전략적으로 어떤 어리석은 실수들을 했고 그게 독일의 패망을 불렀는지는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 외 정치적 상황이나 참혹함 같은건 전혀 생각해본적이 없다.
이 영화는 그런 면모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사실적..이라는게.. 객관적인 수치나 장면을 말하는것이 아니라.. 정말 그랬을것 같은 주인공들의 반응.. 독일군 장교라고 해서 다 괴물인게 아니라는 것.. 걔중에는 막장인 사람도 있고 철저히 자기안위만 찾는 사람도 있고..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고한 시민을 두고 돌아서지 못하는 의사와, 한명이라도 더 생명을 구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것이 특별한 영웅심으로 과장되지 않고, 더이상 희망조차 없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인간애와 서로에 대한 동정심으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표현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독일의 편에 서서 히틀러를 옹호하고 있느냐?는 또 전혀 아니다.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막연하게만 그려지던 미친 나치즘이 좀더 현실감있게 다가온다는 편이 맞겠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객관적이며, 마지막에 현재의 잉에-히틀러마지막3년간의비서-와의 인터뷰에서 그녀의 자기반성을 들을 수 있다. 너무나 솔직한..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고까지도 히틀러가 저지른 그 범죄를 자신의 개인적인 과거와 연결지을 수 없었다. 나는 어렸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게 얼마나 큰 규모의 범죄인지 몰랐다는 식의... 그런데 어느날, 길가를 지나가다 본 한 여성의 기념비앞에서, 자신이 안락하게 있을때 그녀는 정치적인 이유로 처형당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젊음이라는 것이 변명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고.... 이런식의 자기반성이 현재의 독일을 있게 한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주동자가 아니었다고 해서, 나는 그저 명령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해서, 모든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다는. 항상 그것이 옳은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추구해야 한다는...)

참혹한 장면도 많았지만, 장면장면을 잡고 있는 시선은 너무나 섬세하고 여성스러웠다. 어쩌면 화자가 히틀러의 비서였던 여성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처음에 할머니가 된 비서의 인터뷰 장면으로 시작한다.. 다큐멘터리의 느낌..)
정신나간 히틀러를 둘러싼 참모들의 착잡한 표정, 그리고.. 그럼에도 '항복은 총통이 원한것이 아니다. 그럴수는 없다'고 부르짖거나 '우리는 이미 서약을 했다'며 모든걸 그저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독일인스러운 강직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특히 독일스러웠던건.. 히틀러가 자기와 (막결혼한) 부인이 자살할 것이라고 하며, 러시아군이 자신의 시체를 찾을 수 없게 화장을 해달라고, 심복(정치적으로 높은 위치라기보다.. 몸종-_-정도의 군인?)으로 보이는 귄터(?)에게 부탁하자.. 사극이라면 '아니되옵니다' 라며 머리를 조아리고 우는 소리를 했을텐데, 얘는 '힘든 명령이지만 수행하겠다'라는 말로  답한다. 그리고 뭐 마지막 인사나 그런것도 없이 히틀러의 뒷모습을 몇초 지그시 바라보더니 곧장 전화기로 달려가서 다른 군인에게 '휘발유를 모아오라'고 지시를 내린다... 정말 가차없는 행동력.

작은 장면 하나하나가 뚜렷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강렬하다. 그러나 어느것하나 강렬함을 추구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잔잔히 흐르는 것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전차를 파괴한 것으로 칭찬받던 페터크란쯔. 아버지처럼 돌봐주던 상사의 시체를 바라보던 그 소년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에바브라운의 편지가 동생에게 물려주는 반지며, 빚을 진 집에 대한 사소한 것들에 대해 낭독되는 가운데 동료를 죽여주고 자기도 자살하는 군인들의 모습.. 그리고, 히틀러에 의해 베를린 탈출이 저지당하자 (근데 정말 히틀러는 미친x.. 그냥 기분에 따라 막 못나가게 하고 누구는 막 보내주고.. 한가족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평화로운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마도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통없이 순식간에 죽게 하기 위해서인듯) 혼자 장엄하게 수류탄을 터트려 동반자살을 해버린 군의관..

운터강에서 그려진 전쟁의 모습은 미국영화들에 나오는 전쟁과 너무도 달랐다. 그렇게 웅장하지도, 장엄하지도 않았다. 구질구질하고 엉망이고.. 그래서 정말 전쟁같았다. 폭격이 시작되어야 마구 쏟아지는 게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하다가.. 순식간에 피융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러면 수레를 끌거나 아이를 데리고 걸어다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흩어지고... 그리고 산산조각난 시체가 굴러다니고, 그리고 사람들은 흐느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아.. 이영화는 철저히 제3자의 눈으로, 여성의 눈으로, 냉정한 눈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충성심이나 영웅심, 전우애따위는 건드리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장면장면들을 잡아내고 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독일사람들도 아무렇지도않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큰 동요없이) 볼 수 있는 영화였지 않나 싶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이나 당시 수뇌부의 모습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여과없이 보여준다. 걔중에는 올곧은 사람, 양심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안위만을 따지고 양심없는 사람들도 있고, 그런 모든것들이 종합되어 이런 비극이 일어났음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굉장히.. 강한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강추.


@ 나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냥 느낌만 썼는데..
http://www.stevenh.co.kr/entry/%EB%AA%B0%EB%9D%BD-The-Downfall-Der-Untergang-2004-%EB%8F%85%EC%9D%BC
여기에 보면 좀 더 제대로된 후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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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hi [2008/10/02 1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저 이거 독일에 있을 때 봤는데! 이 영화 너무 좋았어요. 정말 여운이 강한 영화.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뭔가 독일 영화 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rodentia [2008/10/03 0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응, 정말 딱 독일스러운 영화였어 ^^ 자기나라에 대한 변명이나 반대로 어떤 사상을 불어넣는다거나 하는거 없이 그냥 담담한 눈길.. 정말 오랫만에 뇌리에 남는 영화를 봤음 ^^